확률을 판단할 때 시스템 1은 대표성이라는 주관적 생각을 들이밀어 오류투성이 결정을 내린다.
대표성이 무엇인지, 시스템 1이 어떻게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지를 알아보고, 어떻게 객관적으로 확률을 판단할 수 있을지 알아보자.
이번 글 요약
1. 사물, 사건에 대한 대표적인 이미지를 대표성이라 하며, 대표성에 기댄 예측은 오류투성이다.
2. 대표성 어림짐작에 의해 발생하는 두 가지 과오
3. 기저율 중심, 추가 정보에 대한 의심으로 직관을 훈련해야 한다.
1. 사물, 사건에 대한 대표적인 이미지를 대표성이라 하며, 대표성에 기댄 예측은 오류투성이다.
대표성의 의미가 바로 이해되지 않기에, 실험 사례를 통해서 대표성의 의미와 대표성에 의한 오류를 알아볼 것이다.
톰 W를 대학원생이라고 해보자. 아래 9개 전공 중 톰 W의 전공으로 예측되는 순서대로 나열해보자.
가장 그럴듯한 전공은 1, 가장 아닐듯한 전공을 9로 정하면 된다.
경영학 / 컴퓨터과학 / 공학 / 인문교육 / 법학 / 의학 / 도서관학 / 물리생명과학 / 사회과학과 사회사업
순위를 매기는 열쇠는 학과별 모집 인원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답을 쉽게 낼 수 있다. 톰 W는 대학원생 중 무작위로 뽑혔다. 그리고 이는 구슬 뽑기에서 빨간색 구슬을 뽑을 확률이 높을지, 하얀색 구슬을 뽑을 확률이 높을지와 같이 전체 모수 중 특정 구슬이 차지하는 비율인 '기저율'에 의해 예측해야 한다. 톰 W를 설명하는 다른 정보가 없을 때 ’기저율’은 확률을 계산하는데 키 포인트가 된다.
이제 기저율과는 상관없는 문제를 보자.톰 W는 대학원 입학 전 검증되지 않은 심리테스트를 통해 본인의 성격을 알아보았고, 결과는 아래와 같다.
톰 W는 창의력은 부족하나 머리는 좋다. 질서정연하고 명확하며 정돈된 체계의 필요를 느낀다. 그가 쓴 글은 다소 지루하고 기계적이며, 가끔 진부한 언어 유희로 글의 활기를 띠기도 한다. 경쟁심이 강하며 타인을 향한 감정이나 연민이 거의 없다. 타인과의 소통을 즐기지 않으며, 자기중심적이지만 도덕의식은 강하다.
톰의 성격을 설명한 글을 읽고 톰의 전공 순위를 매겨보자. 1970년대 참가자 평균은 아래와 같다.
1. 컴퓨터과학 2. 공학 3. 경영학 4. 물리생명과학 5. 도서관학 6. 법학 7. 의학 8. 인문교육 9. 사회과학과 사회사업
세월이 지난 지금 매겨본 순위랑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순위를 매기는 작업은 복잡하며 시스템 2의 개입이 필요하다. 하지만 심리테스트 결과를 시스템 1이 연상 작용으로 손쉽게 순위를 매겼다.
유사성 비교는 톰 W의 성격과 전공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비교하여 순위를 매겼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성격 테스트의 정확성은 전혀 검토되지 않았다. 유사성 비교는 시스템 1이 바꿔치기를 통해 유사한 이미지를 서로 짝을 지어 결론을 내리는 것이며, 이때 기저율과 단서의 정확성 등은 전혀 검토되지 않았고 주관적인 판단만 개입되었다. 주관적인 판단은 전형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 '대표성'이라 부르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확률을 판단하는데 기준이 되는 기저율을 명확하게 이해하는 전문가도 확률 문제를 대표성 판단으로 바꿔치기하여 쉬운 문제에 대한 답변으로 결론을 내린다.
유사성 판단과 확률 판단에 적용하는 논리가 엄연히 다르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심각한 실수다. 유사성 판단을 할 때 기저율이나 묘사의 부정확성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고 일어나도 무관하다. 하지만 확률을 판단할 때 기저율과 증거의 정확성이 검토되지 않는다면 분명 오류가 발생한다. 우리는 어려운 질문인 확률을 쉬운 질문의 답변인 유사성 판단으로 대체하는 실수를 한다.
2. 대표성 어림짐작에 의해 발생하는 두 가지 과오
대표성에 의한 직관이 맞는 경우도 있지만, 통계적 관점에서는 통계 논리에 반하는 과오를 범할 수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과오가 있다.
하나는 일어날 가능성이 적은 경우에 대해서 쉽게 부풀리는 것이다.
다른 말로 기저율이 낮은 확률에 대해서 기대심을 너무 가지는 의미이다.
문제에 대답해보자 '데이비드'라는 사람은 내향적이고 차분하며 체계적인 성격을 가졌다. 데이비드의 직업은 무엇일까?
1. 화가 2. 영업사원
우리는 확률적으로 영업사원을 선택해야 하며, 영업사원 중 내향적이고 차분하며 체계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통계에 관한 정보를 다룰 때는 '통계 전문가'처럼 '기저율'을 따지며, 미간을 살짝 찌푸려 시스템 2에 인지적 압박을 줘보자. 그럼 대표성에 관한 과오 뿐 아니라 시스템 1의 어림짐작을 어느 정도 가려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과오는 대표성을 나타내는 증거의 질을 무시하는 것이다. 톰 W의 심리 테스트가 정확하지 않은 시험인 것을 알았음에도 테스트 결과에 영향을 받았듯, 시스템 1은 노출되는 정보들을 쉽게 수긍한다. 알다시피 그게 편안하고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정보가 정확한 정보인지를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은 굉장히 어렵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이상 제대로 검토하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기저율'을 기준으로 유지하며 시스템 2의 자기통제와 검열을 통해 통계적 관점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확률이란 사건, 사물에 대한 주관적인 믿음의 정도이다. 믿음의 기준이 되는 기저율을 참고해야만 한다.
3. 기저율 중심, 추가 정보에 대한 의심으로 직관을 훈련해야 한다.
확률을 판단하는 직관을 훈련하는 방법이 있다. 간략하게 결론만 전달해주면 아래 두 가지이다.
- 어떤 결과가 나올 확률을 추정할 때 믿을 만한 기저율을 기준점으로 사용하라.
- 가지고 있는 증거의 검증력을 의심하라.
톰 W 문제에서 원래의 믿음은 기저율이며, 증거는 톰 W의 성격에 따른 실험의 결과를 떠올리면 된다.
우리는 확률을 추론할 때 위 두 가지를 꼭 명심하고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시스템 2를 작동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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