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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이론서

[생각에 관한 생각] #11 기준점에 휘둘리는 사고

by DWOOK 2022. 6. 7.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

 


 

부동산을 매입하는 상황에서 처음으로 현 주인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제시한다면, 그 가격에 휘둘리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불행하게도 사람의 사고 시스템은 자연스레 처음 제시된 가격에 휘둘리게 된다. 어떻게 이런 현상이 나타나며, 실제로 자신도 기준점(주인이 제시한 가격)에 휘둘리는지 직접 확인해보자. 그리고 기준점에 휘둘리지 않는 방법도 알아보자.

 

 

 

1. 기준점 효과

 

 아래 질문에 바로 떠오르는 대답과 추정 사망 나이를 예측해보자.

 

'간디가 114세가 넘어 사망했을까?'

 

 아마 114세는 아주 많은 나이이기에, 이 나이보다는 적었을 때(예, 85살) 사망했다고 추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아래 질문에도 답변해보자.

 

'간디가 35세가 넘어 사망했을까?'

 

질문의 답변은 35세는 넘었을 것 같은데, 시대 배경이나 인과관계들을 유추하여 35세보다 조금 높은 나이(예, 60살)에 사망하지 않았을까?라고 추정했을 것이다.

 

 이 현상은 '기준점 효과'이다. 질문에 대답하면서 느꼈겠지만, 제시된 숫자에 영향을 받지 않으려 해도 아무 소용없다. 그리고 기준점 효과를 증명하는 사례는 무궁무진하며, 숫자를 예측하거나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준점이 되는 숫자가 나타나면 의지와 상관없이 기준점 효과가 작동된다. 위 질문에서 제시한 두 기준점은 나이의 범주에서 허용 가능한 값이라 기준점 효과에 휘둘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정해야하는 숫자와 무관한 기준점에 노출되어도 우리의 결정에 영향을 준다.

 

 기준점 효과와 관련해서 시스템 1과 시스템 2가 모두 작동한다. 시스템 2는 제시된 숫자를 기준으로 결과를 조정할 때 작동되며, 시스템 1은 점화 효과를 통해 작동된다.불확실한 양을 추정하는 방법으로 '기준점과 조정' 어림짐작이 사용된다. 값을 추정하는 출발점은 기준점이 되며 결정을 내리는 수치가 적당하다고 확신이 들 때 조정은 멈추게 된다.

 

 

 

2. 점화 효과로서 기준점 효과

 

 조정은 시스템 2에 의한 활동이지만, 시스템 1의 점화 효과에 의해 기준점 효과는 빈번히 발생한다.

 간디 사망 나이에 대해 114살 기준점을 제시하였을 때, 114살은 암시(힌트) 같다는 직감이 생긴다. 질문에서 114살을 힌트라고 말하진 않았지만 장수했을 것이라 추정하고, 우리는 스스로 간디가 살았던 시대의 배경, 간디의 늙은 얼굴 이미지와 같이 머릿속 정보들로 꽤 많은 나이로 답을 추정한다. 이는 기준점에 대해 시스템 1이 일관성 유지와 인과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이며, 결론적으로 암시는 점화 효과를 촉발하는 요소가 된다.

 

 114살의 간디라는 기준점 정보를 습득하면 시스템 1은 일단 기준점이 주는 암시를 믿고, 노인 간디의 정보들을 선별적으로 회상하며 기준점의 근거를 단단하게 구축하고 체계적 오류를 발생시킨다. 기준점 효과가 시스템 1의 연상적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선별적으로 정보를 취득하려는 점화 효과를 유발하고 이는 더 단단한 연상적 일관성을 만들어 최종적으로 시스템 1이 오류를 범하게 한다.

 

 누구나 기준점 효과에 영향을 받으며, 심지어 전문가들도 동일하다. 부동산 중개인, 판사 등 수많은 전문가들도 본인 분야에서 기준점 효과에 휘둘리는 사례를 확인했다.

 

 

 

3. 기준점의 사용과 오남용

 

 기준점을 만드는 정신 체계를 이용하는 사례도 많이 있다. 주로 마케팅에서 많이 이루어지며, 가격을 흥정할 때도 사용된다. 세일즈 마케팅에 기준점 효과를 접목하는 사례로 한정판매 방법이 있다. 동일한 물건을 하루는 '인당 12개 한정 판매'로 판매하였고, 다른 날은 '수량 제한 없음'으로 판매하였을 때, 12개 한정 판매한 날이 인당 구매 수량이 2배 가량 높았다.또한 물건의 가격을 흥정할 때도 먼저 가격을 제시하는 쪽이 유리하다. 처음 던져지는 기준점이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만약 상대방이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할 때 2가지 방법으로 상황을 대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자리를 피하든, 소란을 피우든 해서 제시한 숫자로는 협상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한다. 하지만 조금 무례해 보이는 방법이기에 다음 방법을 제시한다.

 

두 번째는 시스템 2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협상하기 전 본인이 생각하는 분명한 기준을 세워야 하며, 상대방이 받아드릴 수 있는 최소의 제안을 던지거나 혹은 거래가 실패할 때 상대방에게 발생하는 비용(피해)에 집중하여 협상을 이끌어간다면 기준점 효과를 견제할 수 있다. 의도적으로 '의심하기'를 지속하여 작동시키면 기준점 효과에 의한 편향을 억제하기에 좋은 방법이 된다.

 

 

 

4. 기준점 효과와 두 시스템

 

 시스템 1은 기준점 효과를 강화하고, 시스템 2는 시스템 1이 만들어 놓은 편향에 안주하여 조정을 들어간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점은 지속해서 말했듯이, 시스템 2는 시스템 1이 편향을 만들어냈다고 인지하지 못한다. 아무것도 모른 채 편향에 근거한 결정을 내린다. 점화 효과와 기준점 효과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다. 우리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는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사전에 결정을 내리거나, 많은 정보의 평균치를 통해 미리 기준을 세운 뒤 협상해야 하며, 협상 중 나의 기준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1.점화 효과 2. 기준점 효과에 맞서기 위해 '의심하기'를 가동할 준비를 항시 해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이런 사고의 메커니즘을 나의 무의식에 탑재해야 한다.